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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156

유난히 부스스한 날 사람도 매일매일 머리를 손질해도 어떤 날은 유난히 머리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다. 어딘가로 뻗쳐 버리거나, 자면서 머리 모양이 눌려 버리는 날이. 다시 감을 시간은 없고, 대충 어찌저찌 드라이기 바람으로 날려 보거나 고데기로 응급조치를 취해 보지만 그래도 영 이상한 날. 날마다 아주 많은 시간을 몸단장에 쓰는 고양이에게도 그런 날이 있다. 유난히 털이 부스스하고 정전기가 많이 나서 모양새가 영 이상한 날이. 중간중간 일어선 털도 있고, 마음대로 눌려 버린 털도 있다. 대충대충 꾹꾹 눌러서 만든 점토 인형 같기도 하고 누가 멋대로 손으로 쓸어 버린 것 같기도 하다. 자다 깨서 그런지 평소보다 한껏 더 모양도 삐죽삐죽한 거 같다. 갈기털 주변은 눌려서 푹 꺼지고, 팔뚝이랑 가슴, 배털은 부숭부숭 .. 2023. 6. 2.
집사와 겸상하는 고양이 식탁 의자에 한번 앉기 시작하더니 내가 식탁에 자리 잡으면 자기도 의자 하나 차지하기 시작한다. 앉아서 책을 볼 때도 맞은편에 올라와 있고, 그냥 핸드폰 하고 있어도 앉아 있는다. 밥 먹을 때도 당연히 앉아 있으려고 하고. 그래서 이렇게 같이 밥 먹는 양 나를 쳐다보고 있을 때도 있어서 밥 먹다가 한참 웃은 적도 있다. 너무 사람처럼 앉아 있고 말이지. 하루는 햄버거 먹으려고 열심히 꺼내고 있는데 언제 또 와서는 이렇게 자기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음료수에 관심을 보인다. 너무 귀엽네. 내 밥친구는 이제 넷플릭스가 아니라 우리 고양이 해야겠다. 앞으로는 앞자리가 비는 날에는 고양이 밥그릇이라도 올려 주던가, 아님 간식이라도 같이 먹게 놔줘야지. 귀여운 녀석. 2023. 5. 26.
일광욕하는 고양이 고양이의 중요한 하루 일과 중 하나, 일광욕. 일광욕을 잘 마친 고양이게서는 잘 마른 빨래 냄새가 난다. 일광욕과 그루밍으로 늘 청결한 향을 유지하는 보송 고양이. 일광욕하는 고양이는 기특하기도 하고 보는 나까지 평화로워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햇빛에 비추는 저 부스스한 털들도 참 예쁘다. 조용한 일광욕을 방해하는 셔터 소리가 마뜩치않은 고양이씨. 고양이나 개나 뭔가 불편하거나 싫으면 쩝쩝거리거나 혀를 날름거린다는 사실!지금 내가 사진 찍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날름하셨다. 뽀뽀하면 날름+쩝쩝을 하시는 고양이 씨. 이런 표현을 하시면 잽싸게 놓아드려야지 안 그러면 미움 산다. 바람에 실려 오는 다양한 냄새들을 분석 중. 사진 좀 예쁘게 찍어 보려고 손으로 재롱부리는 집사의 손을 구경 중. 난 우리 고양이가.. 2023. 5. 19.
남이 찍어 준 우리 고양이 매일 핸드폰으로만 찍다가 친구가 '카메라'로 찍어 준 우리 고양이. 뭔가 벌써 때깔부터 다르다. 색감도 뭔가 우아하고, 고양이도 굉장히 진중하고 세려된 것처럼 나오는데? 역시 장비가 중요하긴 하구나. 매일 좀 굴욕샷에 부시시한 모습만 찍어 주다가 이런 남이 찍어 준 사진을 받아 보니까 또 괜히 고양이한테 미안해지고 그러네. 그래도 본질은 멋지고 착한 고양이니까 뭐. 이런 품위 있는 모습도 좋지만, 망충하고 꼬질한 모습도 너무 귀여운 우리 고양이. 낯 안 가려서 남이 사진 찍을 수 있게 해 주는 우리 고양이 최고. 부모님이 와도 버선발로 뛰쳐나와서 킁킁거리며 마중나오고 친구가 와도 도도도 달려나와서 킁킁거리고. 가끔은 너무 킁킁거려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가스검침이나 정수기 관리해 주시는 분이 오실 때는.. 2023.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