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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어머나 운동본부 머리 기부

by 고독한집사 2021.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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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기부했다. 어머나 운동본부에. 어머나 운동본부는 '어린 암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운동'을 하는 곳이다.

머리카락을 길러서 기부하면 어린 암환자 친구들의 가발을 만드는 데 쓸 수 있다고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머리가 잦은 염색과 펌 때문에 손상모여서 기부를 못했다. 사실 손상모여도 보내면 쓸 수 있는 걸 골라서 쓴다고 쓰여 있다. 그래도 어차피 하는 거 제대로 된 머리를 보내고 싶었다.

펌과 염색 없이 말끔하게 기르자니 그 지루함을 견딜 자신이 없었는데, 하나둘 솟는 흰머리를 보며 더 늦기 전에 한번은 기부를 해야겠다고 결심!

2019년 4월에 긴 머리를 댕강 커트로 자른 뒤 쭉쭉 기르기 시작했다. 

그 뒤로 약 2년을 염색 한 번, 펌 한 번 안 하고 그냥 방치하면서 길렀다. 다행히 머리카락이 워낙 좀 튼튼한 편이라 별거 안 해 줘도 큰 손상 없이 쭉쭉 잘도 자랐다. 그렇게 기르고 길러서 뒷목도 아프고 머리 감기도 말리기도 너무 힘들고 짜증 나고 지겹고 등등의 한계점이 와서 마침내 잘랐다!

이렇게까지 길렀었는데 머리 한번 감으려면 노동도 이런 노동이 없었다. 

 

비포
애프터

 

자를 때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카락 기부할 거라고 하니까 알아서 머리를 고무줄로 묶어서 댕강 잘라 주셨다. 가위로 서걱서걱 자르는 느낌이 꽤 특이했다. 그리고 머리가 퉁! 하고 떨어져 나갈 때의 산뜻함. 

단발 정도로 정리할 수도 있는 길이였는데, 그냥 또 커트가 하고 싶어서 커트! 더 짧게 자르고 싶었지만 파워 직모에 뜨는 머리라 손이 너무 갈 거 같아서 포기했다. 한 달 정도 뒤에 머리 정리하면서 염색도 좀 하고 그러면 그땐 말을 좀 더 잘 들을 테니 그때 더 짧게 잘라야지.

자른 머리는 소중하게 집에 들고 왔다. 잘라 놓고 보니 좀 징그럽다. 으.

 

 

줄자로 조심스럽게 재어 보니 30센티미터는 가볍게 넘는다. 기부 가능한 모발 길이는 25센티미터부터니까 이 정도면 만족.

 

 

이렇게 묶은 마른 상태의 모발을 우편으로 어머나 운동본부에 보내면 된다. 보낼 주소는 서울시 노원구 화랑로 45길 24(월계동) 3층

보내고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하면 3주 뒤에 기부 증서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기부 증서 나오면 또 자랑해야지. 나 좋은 일했으니까 자랑해야지!!

기부를 하고 싶다면, 나처럼 굳이 안 기르고 25센티미터 이상의 머리를 가진 분들이시라면 말리거나 평소에 자연스레 빠지는 머리카락을 모아서 기부할 수도 있다. 물론 손상이 적어야 가발로 가공할 수 있으니 건강모이신 분들이 도전해 보시길!

2년 동안 미용실 근처에도 안 가서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그리고 머리 자르고 사람들이 왜 잘랐냐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기부했어요!" 하고 말할 때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

**후일담
우편 보내고 3주가 지나면 어머나 운동 본부에 가입할 때 등록했던 이메일로 내 회원 등급이 바뀌었다고 연락이 온다.
기부회원으로 바뀌었다고 뜨는데, 그 메일을 받고 나면 기부증서를 뽑을 수 있다.

난 뽑진 않고 그냥 피디에프로 소중하게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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