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산책 겸 그리스 정교회에 다녀왔다. 그저 그런 건물들 사이로 저렇게 돔만 보여서 저기에 뭔가가 있구나 생각만 했었는데, 드디어 방문!
저기에 그리스 정교회 대교구가 있다는 건 어찌어찌 알고는 있었으나, 발걸음이 계속 떨어지질 않았었는데 밥 먹고 씩씩해진 김에 발도장을 남기기로 했다.
오르막길을 올라서 입구를 찾아 골목을 쭉쭉 들어가는데, 내가 들어선 골목길과는 반대쪽에 정문이 있었다. 정문이 나오기 전에 사제관으로 통하는 것 같은 문이 먼저 보였는데, 그게 닫혀서 처음엔 건물 미개방인 줄 알고 그냥 돌아갈 뻔했다. 그러나 나는 예전에 성당 꽤나 다녔던 몸이라, 이게 정문일리가 없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쭉쭉 가 본 결과 정문 발견.
정문답게 양쪽 개폐형의 커다란 철문이 있다. 그리고 다행히 열려 있었다. 서울 미래유산이라는 패가 보인다.
생각보다 교회 부지는 크지 않았다. 건물들로 둘러싸여서 요새 같은 느낌도 주고, 약간 폐쇄적인 느낌을 받았다.
뜰 안쪽에는 아이 한 명이 혼자 놀고 있었는데 주변에 어른이 없어서 계속 걱정하며 눈을 뗄 수 없었음. 노는 게 어색해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관계자 자녀거나 그랬겠지.
예배 때가 아니라서 그런지 조용하고 또 조용했다. 이런 조용함 느껴 본 게 얼마만이더라.
본당 닫혀 있으면 어쩌지 했는데 본당도 열려 있었다. 문을 스륵 밀었을 때 열리길래 얼마나 기뻤던지!
들어가자마자 생각보다 입이 떡 벌어지는 실내에 놀랐다. 성당 다니긴 했지만, 내가 다녔던 성당에 비하면 여긴 정말 화려했다.
눈 두는 곳마다 규모가 큰 성화들이 그려져 있어서 저절로 경건해지는 느낌. 압도당한다고 해야 하나. 나도 모르게 목소리 줄이고 아주 조심조심 움직이게 된다.
실내가 넓거나 큰 건 아닌데도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 오래된 서체들까지 어울려 역사가 켜켜이 쌓인 느낌을 준다.
천장도 빼놓지 않고 그림으로 가득.
우연이겠지만 햇살이 성화 위로 떨어져 초점이 잡히지 않아서 더 성스러운 느낌. 나도 모르게 성호 그었다.
초점 다시 잡고 성화를 찍어 보았다. 멋있다.
정교회의 예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좀 궁금해졌다. 모처럼 신성하고 겸허해지는 기분을 느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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