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놀러 갔다가 이번 명절 때 상추에게 한복이라도 입혀서 세배를 시켜 볼 걸 그랬다는 말을 농담처럼 했다가 친구네 고양이가 썼던 한복 스카프와 배씨댕기 세트를 얻어 왔다.
안 그래도 사고 싶었는데, 한 번밖에 못 입을 거 뻔히 아니까 사기는 좀 애매해서 그랬는데 친구 덕분에 득템! 이러니 자꾸 고양이 집사들끼리 속닥속닥거리며 친해질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아무튼 친구가 챙겨 준 옷을 꺼내 들자마자 고양이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는지 빠르게 도망갔다.
스카프까지는 생각보다 얌전하게 착용해 주셨다.
하지만 배씨댕기는 만만치가 않았다. 옷이나 스카프까지는 넥카라나 환묘복 때문인지 생각보다 얌전한데 머리에 뭐 올리는 건 진짜 싫어한다.
어르고 달래서 겨우겨우 착용!
배씨댕기는 여자아이용이지만, 대충 공용이라 치고 착용. 와중에 불편한 기분을 드러내는 귀가 내 눈에는 또 귀엽다.
배씨댕기도 색이 참 곱고 생각보다 품질이 좋은 거 같다. 이런 새것 같은 것을 주다니 집사들의 슬픔이 느껴진다. 예쁘고 귀엽게 꾸며 주고 싶지만 고양이가 싫어하고, 싫어할 걸 알면서도 '한 번만!'을 외치며 사 들이는 비애. 그래도 귀여운 사진 남기면 좋을 뿐. 남는 것 사진뿐이니까.
단단히 마음에 안 드는지 불편한 얼굴과 불편한 자세. 대충 절하는 자세라고 합리화해 본다.
그, 그래도 귀엽다. 사진 찍어서 부모님한테 세배하는 상추라고 보내드렸더니 빵 터지셨다. 이게 어디가 세배냐며, 석고대죄 아니냐고.
그래도 고양이한테 세배 받으면 어째 더 복도 들어오고 기분도 좋고 그렇지 않을까. 좀 엎드려 절 받기이지만...
고양이에게는 세뱃돈으로 특별히 물을 타지 않은 짜 먹는 간식(평소에는 작은 그릇에 짜 먹는 간식을 다 짠 다음 물을 살짝 더해서 츄르탕을 만들어 준다.)과 열빙어 덮밥을 만들어 주었다.
아, 그리고 좀 있다 보니 얘가 손으로 배씨댕기를 벗으려고 하다가 배씨댕기를 아래 사진처럼 세웠는데 그게 꼭 옛날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공주들이 착용하던 머리 장식 같아서 좀 웃겼다.
어쩐지 장르가 좀 달라지는 거 같다고 친구가 그랬는데... 꼭 아들 낳은 후궁 같다고.
아무튼 너무 귀엽다. 귀여워, 내 고양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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