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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먹은 거

경의선 숲길 소바집 희희

by 고독한집사 2021.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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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의 막바지를 즐기려고 경의선 숲길을 산책했다. 본격적으로 산책하기 전에 배부터 좀 채우려고 근처 식당을 찾다가 소바가 먹고 싶어서 희희라는 가게에 가기로 했다.

여기서부터였다. 우리의 비극은. 아주 순진하게 소바집이니까 테이블 회전이 빠를 줄 알았다. 우리가 갔을 때는 앞에 3팀이 대기하고 있었다. 일단 이름과 인원을 대기명단에 쓰고,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도 단 한 팀도 줄어 있지 않았다.

때를 잘못 맞춰 왔나 싶었지만, '금방 줄어들겠지. 소바잖아.' '후루룩 먹으면 끝나는데 곧 나오겠지.' 이런 대책 없는 희망회로를 불태우며 가게 앞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이 나오질 않는다.

그때서야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는데, 다들 술을 마시고 있다.

그냥 소바집이 아니고 술안주도 같이 파는 집이었다. 다들 엄청 여유롭게 먹고 마시느라 안 나오는 거였구나. 어쩔까 싶었지만, 그래도 기다린 게 아까워서 계속 기다렸다. 한 팀이 들어가고, 또 한 팀 그리고 한 팀 더 마침내 우리 차례가 왔다. 너무 배가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거의 1시간 반 정도를 기다려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사이에도 새로운 사람들이 끊임없이 우리 뒤로 줄을 섰고, 가게 안에 들어섰다가 자리가 없는 걸 보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오래 기다렸으니까 많이 먹어야겠다고 이상한 곳으로 분노를 돌렸다.

술 메뉴판은 안 올렸다. 술 종류가 많음. 

주문한 것은 멘치까스, 튀김온소바, 고등어볶음밥, 자루소바였다. 사람은 셋인데 음식은 넷. 하이볼도 하나 시키고, 탄산 음료도 하나 주문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튀김 온소바
자루소바
고등어볶음밥
치즈 멘치카츠

음식은 다 괜찮았다. 기다린 것만큼 맛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기엔 너무 오래 기다렸으니까.

고등어 볶음밥은 안 비리다는 후기를 봤지만, 아니다! 엄연히 고등어의 비린 맛이 난다. 고등어니까 당연한 거다. 자반고등어에 밥 비벼 먹는 거랑 비슷하다! 하지만 난 고등어를 좋아해서 잘 먹었다. 깻잎도 잔뜩 뿌려져 있어서 깻잎 덕후인 나는 잘 먹었지만, 비린 걸 싫어하는 친구는 한 숟갈을 먹고 그 뒤로는 먹지 않았다.

제일 맛있었던 건 튀김 온소바였다. 이건 좀 빨리 먹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니까 면이 금세 불어서 좀 슬펐다. 자루소바도 먹을 만했고 멘치까스는 맛이 없으면 이상하니까, 맛있는 게 당연하다.

그냥 식당이라고 생각하고 대기하면 절대 안 된다. 대기가 두 팀 이상이라면 그냥 다른 데 가는 게 낫다.  그래도 음식은 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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