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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먹은 거

롯데 사랑방 선물

by 고독한집사 202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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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산책 겸 새로운 먹거리 탐색을 떠났다. 별 기대 없이 편의점에 들렀는데 매대에서 내 시선을 한번에 사로잡은 너! 아니, 이게 누구야!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서 소리 지를 뻔했다. 

 

 

추억의 바로 그 사탕, 사랑방 선물. 추억 속에만 있던 애를 실물로 만나니까 마치 타임머신이라도 탄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격은 3천원. 심지어 가격도 착한 것 같다? 사실 얘를 본 순간 이미 제대로 된 판단 능력은 잃어버렸다. 게다가 한 개밖에 없길래 누가 볼 새라 얼른 집어서 계산대로 달려갔다. 

기분 좋아서 길가에 있는 나무에 올려 두고 혼신의 사진을 찍었다. 즉석에서 열린 사랑방 선물 촬영회. ㅎㅎ

 

 

옛날 우리 집은 마루도 있고 아궁이도 있었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같이 산, 동화 속에나 나올 것 같은 집이었다. 때가 되면 아궁이에 불을 때어서 구들방을 덥히고, 걸려 있는 가마솥에서 갓 지은 밥을 퍼내던 시골집. 

겨울이 되면 아직 온기가 남은 아궁이에서 고양이가 몸을 말고 잠이 들고, 내가 나오는 소리가 들리면 검댕이 잔뜩 묻은 고양이가 애옹 하고 울며 아궁이 밖으로 고개를 내밀던 곳이었다.

항상 아랫목에 할아버지가 드실 밥공기가 이불에 덮혀 있던 안방에는 내 손이 닿지 못하던 곳에 이 사랑방 선물이 있었다. 사랑방 선물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한 개는 진짜 사탕이 들었고, 다른 하나는 단추랑 실타래가 들어 있었다. 어른들이 모두 나가고 없으면 이불을 밀어서 옮기고는 이불을 밟고 올라가 몰래 사탕을 꺼내 먹고는 했다. 가끔은 사탕이 아닌 단추가 든 통을 집기도 했던, 그런 사연 충만한 사탕이다.

이렇게나 추억 가득한 사탕인데 어떻게 반갑지 않을 수가 있겠나.

두근두근 거리면서 뚜껑 열고 마주한 비닐 포장. 

 

 

이거 뜯으면 탐스럽고 예쁜 사탕이 보이겠지?

하지만 나타난 건 기억보다 훨씬 작아진 사탕이었다. 뭐지 좀 더 탐스럽고 알록달록했던 거 같은데 추억 보정인가?

 

 

아무튼 좀 실망. 그래도 맛은 얼추 기억 그대로인 것 같아서 그걸로 위안 삼았다. 열심히 먹고 통은 잘 닦아서 배지 담는 통으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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