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먹은 거

빵통조림 빵캔(pan can) 재난용 구호품

by 고독한집사 2018. 12. 18.
728x90

여름에 일본 놀러갔을 때 동거인이 딱 하나 사다 달라고 부탁한 게 있었다.

바로 빵캔.

빵통조림이다.

뭔 어디서 또 이상한 거 보고 이상한 거 사다 달라 그러나 싶었고, 도쿄 한복판에서 어디서 그걸 사겠어? 싶어서 사실 살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안 했다.

그런데 웬걸.
지나가다가 자판기에서 샀다.
역시나 자판기의 나라.


가격은 보이는 대로 550엔.
딸기랑 초코 두 가지 맛이 있었지만 둘 다 사긴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초코 하나만 샀다.

지금 보니 밑에 인형들 너무 귀엽다.
그때도 살까 말까 하다가 말았는데 살걸.


여행길 마치고 집에 와서 동거인에게 주었더니 동거인도 별 기대 없이 부탁했던 건지 무척 기뻐했다.

당연히 금방 먹을 줄 알았는데 구호품이고 통조림이니 유통기한이 임박하면 먹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빵캔은 잠시 기억 속에서 잊혔다.

그리고 문득 여행 사진 보다가 빵캔이 생각나서 동거인에게 물었다.

동거인도 다급하게 뒤적뒤적 빵캔을 꺼내 유통기한을 확인했다.
유통기한 임박하면 먹겠다더니 미리 확인도 안 해 둔 동거인에게 치얼쓰.

아슬아슬하게 유통기한이 다가와 있었다.

그래서 먹어 본 빵캔.
크기는 어림잡아 파스타 소스 500그램 정도 들어가는 병만 하다.
무게는 캔인데도 그다지 무겁진 않다. 아무래도 내용물이 빵이라 가벼운 모양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일본빵은 맛있다고 하고, 저런 재난 대비 용품에 대해 알리는 뉴스에서 재난 때문에 힘든 상황일수록 맛난 걸 먹어야 하기에 맛있게 만든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빵캔에 대한 내 기대치가 무척 높았나 보다.

그냥 초코 마블 식빵맛이다.
그다지 막 “우아앙 맛있어!” 느낌도 아니고 그냥 슈퍼에서 사 먹을 거 같은 맛.
초코의 맛으로 미루어 볼 때 딸기맛도 어떤 맛인지 알 거 같은 그런 흔하면서 익숙한 맛이다.

그래도 빵이 통조림인 게 신기했고 말랑말랑해서 먹기 좋았다.

만약 재난 상황에 처했다면 더 맛있었을 거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또 일본에 갈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가서 빵캔을 발견한다면 신기하니까 선물용으로 더 사 올 의향은 있다.

그렇지만 내가 먹으려고 사진 않겠다.
동거인도 신기한 체험으로 한 번이면 족하다고 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