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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고양이 넥카라에 대해

by 고독한집사 2018.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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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양이 넥카라에 대해 써 보자.

고양이나 멍멍이들은 상처 부위를 핥아서 낫게 하려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이 습성은 자칫하면 상처를 덧나게 하거나 상처에 바른 연고 따위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방지하고자 넥카라를 씌운다.

넥카라를 착용하면 머리 아래 부위를 핥을 수가 없기 때문에 개나 고양이들이 상당히 짜증을 내지만, 상처를 빨리 낫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

보통 병원에서 주는 투명한 넥카라는 딱딱하고 반투명한 아크릴 같은 재질이다.

당연히 싫어한다. 

그럼 이제 상추의 넥카라 방랑기를 통해 어떤 넥카라를 썼는지 보자.

 

때는 상추가 중성화를 앞두었을 때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서 일반 넥카라는 무척 불편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수술하면 예민할 텐데 카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나쁠까 봐 찾아보다가 레깅스를 잘라서 환묘복을 만든다는 글을 보았다.

그래서 나도 해 보았다.

방법은 안 신는 레깅스에 머리 들어갈 구멍, 앞다리와 뒷다리, 꼬리, 항문이 드러날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주면 된다. 정말 간편하다.

그래서 만든 환묘복이 이거다.

 

 

입혀 놨더니 불편해서 벌러덩 드러 누워 버렸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상추는 수컷인데, 이 환묘복은 배, 즉 개복으로 중성화 수술을 하는 암컷에게만 유효하다는 것이다.

상추는 땅콩만 적출하기 때문에 항문 쪽에 그루밍을 못 하게 해야 하는데, 이 환묘복은 항문 쪽을 뚫어서 소용이 없다.

 

다시 넥카라를 탐색하다가 부직포 넥카라를 만든다는 글을 보았다.

부직포 넥카라!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직포와 벨크로(찍찍이)만 있으면 아주 간단하게 넥카라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당장 문구점으로 달려가서 재료를 사서 만들었다.

상추와 잘 어울리는 노란색으로, 사이즈도 맞춤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나의 정성과는 별개로 이 넥카라도 문제가 있었다. 상추가 물을 마시면 넥카라가 다 젖는 데다가 시야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상추가 엄청 짜증을 낸다.

다만 소재가 부드러워서 어디 부딪혀도 아크릴 넥카라처럼 목에 충격을 주거나 놀라지는 않는다.

이 점은 단점도 동시에 되는데, 소재가 부드럽고 잘 접히기 때문에 상추가 넥카라를 접어서 하반신에 그루밍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상추는 중성화 수술 후 플라스틱 넥카라를 착용했다.

아주 지옥 같은 나날이었다.

넥카라로 모래 퍼 나르고, 물도 퍼 나르고 여기저기 부딪히니까 짜증 내고 움직임에도 제약이 생겨서 캣타워도 못 올라가고.

 

그 뒤로 자잘하게 넥카라를 쓸 일이 있었다.

긁어서 상처를 낸 부분이 생겨서 연고를 발라 못 핥게 해야 한다든가, 그런 자잘자잘한 경우들이 있었지만 그럴 땐 넥카라를 아주 짧게 착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됐다.

아무튼 넥카라를 얼마나 싫어했냐면 넥카라를 빼 주면 넥카라에 대고 덮는 시늉을 하거나 물고 어디 숨겨 버리는 행동을 했다.

그러다 찾게 된 게 천으로 만든 넥카라였다.

지금이야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내가 찾을 때만 해도 종류가 많지 않아서 아르르에서 샀다.

이 넥카라는 천이 방수라서 물에 젖어도 어느 정도는 괜찮고, 폭신폭신하기 때문에 상추가 깔고 눕거나 좀 더 편하게 지낼 수 있고, 부딪혀도 아프지 않다. 그래도 싫어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뭣보다 시야가 확보되어서 애가 부딪힐 일도 줄어들고 좁은 틈을 지날 때는 천과 솜이다 보니 말캉하게 형태가 알아서 눌리니까 쉽게 지나다닐 수도 있다. 그리고 그루밍 차단 효과는 완벽하다.

혹시 야옹이를 데려올 예정이거나 초보 집사라면, 넥카라는 꼭 병원에서 주는 넥카라 말고 하나쯤 장비해 두면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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