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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상추의 물그릇

by 고독한집사 2018.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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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상추의 물그릇에 대해 써 본다.

고양이를 이뻐하기만 하던 시절, 나는 고양이가 물을 먹겠거니 하고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 마시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리고 고양이에게 물을 마신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도 잘 몰랐다.

모든 고양이들은 충분한 물을 마셔야 하지만 수컷 고양이, 특히 중성화를 한 수컷 고양이에게는 물이 아주 중요하다.

중성화 수술의 여파로 방광염이나 신장 쪽에 문제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직접 키우기 시작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고양이들은 예민하고 연약한 동물들이라 참 손이 많이 간다.

이 정도 지식도 처음에는 몰라서 처음에는 그냥 대접에다가 물을 떠 놨었다.

수시로 갈아 주기는 했지만, 그다지 물 마시는 걸 자주 본 기억은 없다.

그러다가 밥그릇과 물그릇이 함께 딸린 밥상을 사 주었고 거기에 계속 물을 부어 주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상추가 욕실에 있는 물을 먹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욕실에 있는 대야에 물을 하나 가득 채워 놓고 다니기 시작했다.

욕실 문은 항상 열어 두니까 언제든 마실 수 있도록 말이다.

본격적으로 상추의 물 마시는 문제에 대해 신경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작년에 상추의 FORL(Feline odontoclastic resorptive lesion; 치아흡수성병변) 때문에 치과 전문 병원에 방문했을 때였다.

치아흡수성병변에 대해서는 조만간 또 그 문제 때문에 병원을 가야 하기 때문에 다녀온 뒤 따로 글을 쓸 예정이다.

수술을 위해서 피검사랑 여러 검사를 했는데 상추가 몸속 수분이 부족해서 따로 링겔을 맞고 수술을 해야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상추가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각심이 들었다.

그전까지는 알아서 잘 마시겠거니 하고 물만 열심히 갈아주었다. 정말 무심하고 무식한 집사다.

하지만 물을 먹으라고 시킨다고 고양이가 "네, 알겠습니다!" 하고 마실 리가 없다.

어쩌지 하다가 고양이는 흐르는 물을 신선하다고 생각해서 선호한다는 글을 봤다.

그러고 보니 상추는 욕실에서 방금 틀어 준 물을 마시는 걸 좋아했다.

특히 바로 수도꼭지에서 똑똑 떨어지는 물.

그래서 물이 순환하는 정수기를 하나 샀다.

 

요거다. 펫데이즈의 차밍 정수기였다.

물이 보골보골 솟는 형태의 정수기다.

좋았던 점은 구성 용품과 구조가 간단해서 씻고 필터를 교체하는 일이 편해서 관리가 비교적 간편하다. 

필터는 동그란 필터와 모터 옆에 끼우는 폼필터가 있다. 동그란 필터는 12주 주기로 바꿨고(스마트 모드를 써서 주기가 좀 길었다. 일반모드로 쓰면 한 달이 교체주기였던 것 같다.), 폼필터는 좀 낡았다 싶으면 바꿨다. 유지비가 든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리고 청소를 위해서 빨대세척솔이 필요하다. 물이 솟아오르기 위해 관 같은 게 있는데, 거길 닦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모드가 두 가지가 있어서 스마트 모드로 돌리면 낮에는 꽤 자주 물이 순환하고 밤에는 1시간마다 5분 정도 물이 샘솟는데 스마트 모드로 해 두면 필터의 교체 주기가 3배 정도로 늘어난다. 필터는 바꿀 때가 되면 전면에 있는 작은 램프에 빨간불이 들어와서 알 수 있다.

또, 소음이 생각보다 적어서 그렇게 거슬리지 않았다.

나는 주로 스마트 모드로 놓고 썼다.

처음 한 달 정도는 물이 솟아오르는 게 신기한지 상추가 꽤 자주 마셨다.

필터를 2개째 교체할 때쯤에는 상추가 다시 욕실에서 물을 먹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상추는 위에서 아래로 똑똑 떨어지는 물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밤이고 낮이고 목이 마르면 욕실에서 물 달라고 울기 시작했다.

이제 그냥 대야에 받아놓은 물은 마시지 않는다.

음수량도 걱정이고 자다 깨서 물을 주는 일도 너무 피곤해서 다시 정수기를 알아봤다.

이번에는 조건이 더 확실해졌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일 것!

그래서 구매한 게 드링크웰 미니 정수기다.

 

이렇게 물이 흐르는데 저 측면에 물방울이 저렇게 송골송골 맺혀 있는 이유는 상추가 물을 마시면 물이 튀거나, 털을 따라 흐르기 때문이다.

이건 상추가 거대해서 생기는 문제다. 

처음에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안 먹고 바닥에 있는 물을 마셨다.

그런데 상추가 머리가 크고 요령이 없다 보니 머리통을 타고 저 흐르는 물이 다 넘어왔고, 콘센트 있는 데까지 물이 흘러서 감전사할 뻔했다.

혹시 모르니 꼭 바닥에 타월이나 물을 흡수할 만한 것을 두자.

지금은 상추도 요령이 생겨서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잘 마신다.

 

이렇게 잘도 마신다.

단점이라면 필터가 숯 필터인데 까만 물이 엄청 나오고 필터 주기가 짧다. 필터 수명이 2주 정도였다.

난 그냥 필터를 빼 버렸다.

그리고 이건 24시간 계속 돌아가기 때문에 좀 시끄럽다. 

난 익숙해졌고, 상추는 원래 모터 소리를 별로 안 무서워하는데 예민한 집사나 고양이라면 좀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는 이 정수기에서 물을 잘 마셔서 욕실 물을 찾지 않는데, 언제 또 변덕을 부릴까 걱정도 된다.

그냥 이 정수기에 정착해서 잘 마셔 주면 좋겠다.

아무튼 고양이 정수기를 알아본다면 고양이가 모터 소리에 민감한지, 어떤 식으로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사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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