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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고향집 고양이 깻잎

by 고독한집사 2018.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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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함께 사는 것은 상추.

상추에게는 형이 있다.

둘이 안 친하고 피도 안 섞였지만, 우리 집안에 정식으로 실내에서 키워지는 고양이는 상추가 두 번째니까 상추가 동생이다.

형 이름은 깻잎이다.

동생이 군대에서 데려온 짬타이거다.

죽어가던 새끼 고양이를 동생이 데려왔는데, 동물병원에서도 힘들다고 한 녀석이 무럭무럭 자라서 아직도 건강히 잘 지낸다.

이름은 내가 그냥 깻잎이 하자 했는데 그렇게 되었다.

그 뒤로 뭔가 쌈 채소 라인처럼 상추는 상추가 되었다.

깻잎이는 올해 일곱 살인데, 아주 성격이 대단하다.

생긴 건 정말 예쁘장하게 생겼는데 굉장히 예민하고 까칠한 고양이다.

할아버지랑 아빠, 엄마만 좋아한다.

특히 할아버지 껌딱지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 할아버지랑 닮아 간다. 

반려묘와 집사는 닮는다더니 진짜 그런 것 같다.

깻잎이는 턱시도 코숏인데, 아기 때는 사람을 잘 따르고 귀여웠다.

하지만 중성화 수술을 하면서 중간에 마취가 풀렸다고 하는데, 그 뒤로 애가 성격이 180도 바뀌었다고 한다.

몽유병에 가까운 잠꼬대가 생겼고, 정말 예민해졌다.

잠꼬대가 정말 심해서 잠자다 깬 깻잎이한테 온 가족이 한 번 이상 물려 봤다.

나도 물려 봤다. 나는 팔뚝.

코, 종아리, 발, 손, 정말 다양한 부위를 문다.

무슨 무서운 꿈을 꾸는 걸까 궁금하다.

정말 꽉 물어서 피도 많이 나고 다들 흉터도 있다.

가끔 사람을 물지 않고 자다 일어나서 갑자기 뛰어가서 숨는 일도 있다.

그럴 때는 진짜 안쓰럽다.

고양이야 원래 예민한 동물이지만 나는 아직 깻잎이처럼 예민한 고양이를 본 일이 없다.

 

그리고 나랑 안 친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나를 싫어한다.

나에게 유난히 하악질을 잘 하고, 내가 집에 가는 날엔 노골적으로 응아를 밖에 싼다거나 구석에서 안 나온다.

예전에 깻잎이 놀리려고 깻잎이 장난감 가지고 노는 척했는데, 그 뒤로 뭔가 나를 사람 취급 안 한다.

*하악질 사진 주의*

 

 

 

 

 

 

 

 

깻잎이는 원래 누구에게든 하악질을 잘 하지만 나처럼 자주 당하는 사람은 없다.

난 숨만 쉬어도 하악질 당한다.

그래도 세월이 지나서 그런지 요즘엔 그냥 서로 모른 척한다.

사실 깻잎이는 쫄보고 겁이 많다.

겁이 많으니까 더 하악질하고 예민하게 구는 거다. 

깻잎이는 덩치도 큰 편인데 가끔 산책 나가서 동네 고양이한테 맞고 들어온다.

아빠나 할아버지한테는 이런 일을 당해도 얌전히 참아 준다.

애들한테도 솜방망이질 안 한다. 나름 예의범절과 경로우대 및 노약자 존중이 있는 녀석이다.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다행히 아직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밥도 잘 먹고 있다.

곧 설날이 오면 다시 만나게 될 텐데, 하악질이나 오고 가는 험악한 솜방망이질 없이 잘 지내고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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