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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

나는 속았다.(feat.장모종, 단모종)

by 고독한집사 2018.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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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우리 집에는 항상 고양이가 있었다. 

집 안에서 보살피며 키우는 고양이가 아닌 마당냥이가 있었다. 

밥과 물만 내주고 새끼를 낳으면 몸을 풀 기간 동안 집 안에 잠시 들여놓는 정도의 보살핌만 제공해 주던 고양이들이었다.

그나마도 그것도 부모님과 할아버지가 주로 돌보았고, 나는 그냥 예뻐해 주기, 귀여워해 주기, 추운 날 몰래 방에 들여놓기 정도만 했었던.

이런 식으로 돌보던 고양이들은 당연히 한국 토종인 코리안숏헤어였다.

누렁이도 있었고, 얼룩이, 삼색이, 까망이 등등 다양한 고양이들이 우리 집에서 머물다가 떠나갔다.

어릴 때부터 늘 코숏만 보다 보니 당연히 나에게 고양이란 단모종이고, 얼룩덜룩한 게 당연했다.

상추를 처음 데려왔을 때도 당연히 단모종인 줄 알았다.

정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집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상추다.

귀여우니까 한 장 더.

 

이때도 나는 여전히 의심하지 못했다. 지금 보니 발도 엄청 크다. 거묘의 기운이 저때도 있었구나...

하지만 조금씩 자라면서 깔끔했던 발바닥에 털이 자라기 시작했고, 귀 장식 털도 무럭무럭 자라고 갈기털에 배에 털도 부숭부숭하게 자랐다.

한 번도 장모종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엄청 당황했다.

게다가 나는 장모종 고양이를 모른다.

그래서 발바닥 털을 정리해 줘야 한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고, 다른 장모종 집사들은 청결을 위해 항문 쪽 털도 정리해 준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

나는 상추가 발바닥 털 때문에 미끄러질 때도 그냥 꺄르르 웃었고

응가를 달고 다닐 때도 그냥 얘가 설사해서 그러는 줄 알았다...

워낙에 상추가 집에 올 때부터 설사를 하고 그 뒤로도 꽤나 설사로 속을 썩였던 고양이라 ...

설사 이야기를 하자면 눈물이 맺힐 지경인데...

지금도 상추가 화장실 가는 소리만 나면 잠에서 나도 모르게 깬다.

아무튼 지금은 상추 항문쪽 털도 정리해 주고 발바닥 털도 정리해 주지만...!

그래도 여전히 얘는 미끄러지고 똥도 흘리고, 달고 그러고 산다.

난 내가 깔끔 떠는 집사가 아니라서 그런지 상추가 똥 좀 달고 다녀도 그러려니 한다.

발바닥 털은 자를 때마다 상추가 너무 싫어하고 털을 자를 때 아파한다는 말도 있어서 여전히 오락가락한다.

이게 잘라 주는 게 맞는 건지...일단 지금은 너무 자라면 한 번씩 잘라 주는 정도.

음 그리고 털 빠지는 것도 좀 다르다.

털이 날린다고 해야 하나...

단모종 고양이털은 이불이나 옷에 박히는데, 장모종 고양이 털은 하늘하늘 날린다.

그리고 보이지 않게 얼굴에 붙어서 날 미치게 한다.

근데 이것도 이제 익숙해져서 그냥 덤덤.

아무튼 저렇게 귀엽던 나의 상추는 무럭무럭 자라서 거대한 고양이가 되었다.

 

꼬리도 부숭부숭 귀여운 내 상추.

쓰다 보니 제목이랑 글 내용이 전혀 상관없는데, 뭐 어떤가. 

아무튼 상추는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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