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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코바늘

코바늘 숄 뜨기

by 고독한집사 2020.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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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우진모사에서 앙고라 골드 옴브레 바틱 7247을 사서 숄을 떴다. 그때 실을 사온 뒤 인터넷에도 공구가 풀리기 시작해서 뭔가 얼리어답터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실은 그라데이션이 정말 은은하고 예쁘다. 색 보자마자 너무 예쁘고 촉감도 너무 부드러워서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실 길이도 길어서 뭘 만들까 한참 고민하다가 그라데이션을 잘 볼 수 있는 숄을 만들기로 했다. 숄도 어떤 도안을 뜰까 한참 고민하다가 나는 아직 초보니까 가장 단순한 도안을 골랐다.

보통 숄 도안은 끝에서부터 시작해서 점점 넓게 뜨는 도안이 많은데 내가 선택한 도안은 가장 긴 쪽에서 시작해서 점점 줄어드는 모양이었다. 시작 사슬코는 275코! 단은 60단. 

도안 주소: https://www.clover.co.jp/pdf_dl/hand/pdf/no_99/99_a4.pdf

링크가 변경되었는지 한번 깨져서 새로 링크를 걸었는데, 만일 또 링크가 깨진다면 첨부파일을 받길 바란다.

clover pdf.pdf
1.70MB

문제는 뜨다 보니 내가 뭘 잘못했는지 60단이 넘도록 끝이 나지 않는다. 이상하다 이쯤이면 다 줄여서 끝났어야 했는데... 아직도 갈길이 먼 실.

실이 먼저 바닥나 버렸다! 다행히 전에 공구하는 거 보고 이미 실이 모자랄 걸 직감해서 자주색을 한 볼 더 샀었다. 그래서 실을 이어서 쭉쭉 떠 나가서 마침내 완성!

총 1볼하고도 3분의 1이 더 들어갔다. 그럼에도 내가 두르기에는 살짝 아쉬운 길이가 되었다. 다행히 내가 선물한 사람은 나보다 훨씬 마르고 어깨도 작아서 예쁘게 딱 두를 수 있었다.

단은 60단을 훨씬 넘어서 길이가 길어진 탓에 엉덩이를 덮었고, 뭔가 아무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라데이션은 예쁘게 잘 빠졌는데 고생한 거에 비해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든다. 나는 이런 큰 걸 뜨면 시간 대비 기쁨을 적게 느끼는 타입인 것 같다.

이 실이 좀 무서웠던 건 풀기가 어렵다. 나는 이 실을 노빠꾸 실이라고 불렀는데, 사실 어딘가 잘못된 걸 깨달았을 때 풀고 다시 떴다면 1볼로 마음에 드는 숄을 만들 수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앙고라 실이라서 잔털이 많고, 풀 때 이 잔털들끼리 엉켜서 정말 엉망진창이 된다. 그래서 풀 엄두도 못 내고 울며 겨자 먹기로 계속 떴다.

나중에 이때 뜨고 남은 실로 작은 스카프를 떴는데, 그건 중간에 실이 모자라서 전면 수정해야 하는 탓에 다 풀었다. 그때 실을 푸는데 7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만큼 뜨는 데도 7시간이 걸렸었는데. 하하하. 가위 들고 열심히 코를 들여다보면서 엉키면 자르고 조심스레 풀고의 반복이다 보니 말도 못하게 고생스럽고 오래 걸렸다.

아무튼 그래도 떠 놓고 보니 그라데이션은 정말 아름다웠고, 내가 금손이었다면 더 예쁜 숄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싶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남은 초록색과 보라색 볼로는 무얼 뜰까 고민 좀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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