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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먹은 거

청담동 오마카세(셰프 특선) 초밥, 스시 카나에

by 고독한집사 2020.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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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생일을 맞이하여 모처럼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고자 이번엔 초밥집을 갔다. 스시 카나에를 고르기까지 꽤 많은 후보가 언급되었지만, 여기 음식 꾸밈새가 깔끔하고 이뻐 보여서 이곳으로 정했다.

바깥에서 본 스시 카나에. 건물 2층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대기실에 있었다. 우리는 주말 런치 2부를 예약했다. 1부 손님이 아직 마무리 중이라 대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니 곧 우릴 불렀다.

도착한 순서대로 자리를 안내받고 앉았다. 자리에 놓여 있던 말차와 젓가락, 그리고 위쪽에 동그란 접시에 초밥을 놓아 주신다.

먼저 식전 요리로 굴과 연어알, 성게알, 해초알이 소스와 함께 어우러진 음식. 곁들임 반찬으로는 줄기상추가 나온다.

두 번째는 달걀찜이 나왔다. 촉촉하고 매끄러운 식감의 달걀찜에 은행, 관자, 새우살이 들었다. 옆에 나무 숟가락은 계란찜 전용! 이거 먹고 나니 가져가셨다.

세 번째는 방어, 광어, 참치 회. 한 조각씩 먹으니 얌얌한 것이 식욕이 훅 올랐다.

그다음은 농어. 나는 농어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 맞겠지. 꼬들꼬들한 식감이 좋았다.

다음은 참돔. 껍질 부분을 칼손잡이 끝부분으로 박자감 있게 두들겨서 만드는 게 신기했다. 

붉은색이 무척 예쁜 방어. 방어는 여기서 처음 먹어 봤는데 식감이 생각보다 뭔가 서걱해서 신기했다.

통통하고 예쁜 도하새우.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참 고왔다. 이건 앙코르가 안 되는 녀석이었다. 더 천천히 음미할걸.

굴. 굴은 굴맛이다. 무언가 더 얹혀 있었지만 기억은 안 난다. 굴을 초밥으로 먹은 건 처음이다.

참치. 아마도? 붉은살이길래 그냥 참치려니 하고 먹었다. 원래 놓아 주시면서 하나씩 이름을 알려 주시는데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제대로 못 들었다.

미소 된장국. 깔끔하고 따뜻하다.

참치 중뱃살. 역시 참치는 맛있다.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 너무 내 스타일.

이건 참치 갈빗살을 다져서 만든 초밥이라고 하셨던 것 같다. 참치 맛보다는 뭔가 양념 맛이 더 강했다.

전갱이. 전갱이 초밥 처음 먹어 본다! 사실 전갱이는 젓갈로만 접했는데 신기하다. 워낙 비리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생선이라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먹을 만했다. 역시 내 비위는 강하다.

꼬치고기 구이와 단감. 꼬치고기를 구운 것 아래에 발사믹 소스를 뿌린 단감이 있다. 꼬치고기는 약간 반건조가 된 건지 식감이 쫄깃쫄깃했다. 단감이랑 발사믹은 개인적으로는 잘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이것은 삼치 직화구이 초밥. 구운 삼치를 올렸는데 겉에만 살짝 익혀 올린 삼치다. 항상 삼치구이로만 삼치를 접했는데 이렇게 반만 익은 상태로 만나니 낯설었다. 맛은 잘 모르겠다. 인상적인 맛은 아니었다.

고등어 초밥. 그 비리고 비리다는 고등어 초밥이다. 그래도 생고등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소문만큼 비리지 않았다. 내가 느끼기엔 전갱이나 고등어나 비슷한 것 같다. 아마 약간 비릿한 향 때문에 맛이 다 그놈이 그놈처럼 느껴진 듯하다.

성게알은 처음 먹었다. 고등어도 전갱이도 괜찮았는데 성게알은 너무 비렸다. 먹고 나서도 비린 맛이 입에서 오래 남아서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앙코르로 먹은 참치 중뱃살. 나는 역시 진한 맛이 좋다.

달걀구이. 달걀을 카스테라처럼 퐁신퐁신하게 만들어서 구워 내놓은 것이다. 어휴, 이거 너무 맛있어서 할 수 있다면 이거 앙코르를 하고 싶었다.

식사로 나온 우동. 면발이 일반 우동보다 훨씬 가늘다. 이렇게 가는 면으로도 우동을 하는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국물 맛은 크게 진하진 않고 그냥 먹을 만은 하다.

디저트로 나온 소금 아이스크림. 이것도 내 입맛이 아니다. 한 입 먹고 숟가락을 내려 놓으니까 셰프 분이 입에 안 맞냐고 물어보셔서 좀 쑥스러웠다. 하지만 달지도 않고 미묘하게 짜고 그래서 뭔가 치약 먹는 기분이라 더 먹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 친구는 잘 먹었다.

오마카세라서 나는 일부러 하나도 변경하지 않고 다 먹었지만, 코스가 시작되기 전에 못 먹거는 거나 싫어하는 재료가 있는지 물어 보신다. 그때 얘기하면 다른 걸로 대체해서 주신다. 내 친구는 굴과 알을 먹지 않겠다고 했고, 굴과 알 대신에 게살이 올라간 초밥과 농어를 받았다. 

초밥은 바로 앞에서 쥐어 주시니 의외로 따뜻했고, 와사비 양도 적당해서 좋았다. 조리하는 걸 보면서 먹으니까 눈도 즐겁고, 저게 뭘까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셰프 분은 두 분인데 한 분은 입담이 좋은지 말도 많이 하시고 웃기도 잘 웃으셨다. 나는 식사할 때는 친구랑만 얘기하고 싶어하는 편이라 내 쪽을 만들어 주신 조용한 셰프 분이 좋았다.

중간중간 차가 비지 않도록 서버분들이 부지런히 다니시며 체크하시고, 옷이나 가방도 알아서 챙겨주신다. 친절해서 먹는 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고, 예약제로 운영되는 만큼 작은 규모의 식당에서 조용히 먹을 수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런치는 6만원이었고, 내가 알기로 디너는 12만원이었던 것 같다. 미리 예약을 꼭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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