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외식을 나가는데, 원래 가려던 감자탕 집이 오늘따라 일찍 닫았다. 그래서 맞은편에 있는 삼계탕 집에 갔다. 가게 이름은 심마니네 삼계탕이다. 가게가 아주 큰 규모는 아니라서 자리가 없을까 봐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 우리 앉을자리는 있었다.
메뉴는 정말 삼계탕뿐이다. 삼계탕에 몇 가지 변주가 있는데, 아버지의 호쾌한 결정으로 장뇌 능이삼계탕으로 전원 통일했다.
메뉴판 아래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 가게 이름이 심마니인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군.
벽 쪽에는 이름 모를 약초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약간 옛날 과학실 분위기가 나는 것 같기도...
밑반찬이 나왔다. 삼계탕과 먹기 좋은 기본적인 밑반찬이다.
으레 삼계탕집에 가면 술을 한 잔씩 주는데, 인삼주인 경우가 많다. 이건 인삼주는 아니고 약초술이라고 하는데 냄새는 그렇게 독하지 않은데 맛은 엄청 쓰다.
못 먹겠어서 어쩔 줄 몰라하니까 직원분이 삼계탕이 나오면 삼계탕에 넣어서 먹으라고 했다! 그런 방법이 있구나.
장뇌 능이 삼계탕이 나왔다. 귀하신 장뇌가 삼계탕 위에 가로질러 놓여 있다.
장뇌는 줄기랑 잎까지 싹 다 먹어야 한다고 당부해 주고 가셨다. 그러나 나는 삼을 안 좋아해서 아버지 드렸다.
아, 혹시 내 장뇌까지 먹을 생각으로 장뇌 삼계탕으로 주문을 통일하셨던 건가?!
사진에도 보이지만 국물색이 참 거무죽죽하다. 냄새부터 나는 약초 액기스다. 진액이다 하고 알려준다. 깜찍한 닭 밑으로는 이렇게 찰밥이 있고, 중간에 까만 건 능이버섯이다.
닭은 약초향이 덜 나서 먹을 수 있었는데 찰밥이랑 국물은 정말 약초향과 맛이 강하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쓰다. 너무 써서 어린이 입맛인 나는 고기만 발라 먹고 밥은 포기했다.
아버지는 아주 진국이라며 좋아하시며 깔끔하게 한 뚝배기를 뚝딱하셨다. 어른 입맛이고 기력을 보충할 진정한 보약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추천이다. 다른 메뉴는 안 먹어 봐서 다른 것도 맛이 이렇게 진한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장뇌 능이 삼계탕은 애들 먹기는 좀 힘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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