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먹는 건 좋아하지만 만드는 거엔 별로 관심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만드는 건 좀 흥미롭지만, 만든 뒤의 뒷정리가 너무 귀찮다. 잘 안 만들어지면 싫기도 하고. 그렇지만 베이킹 클래스는 다 준비해 주고, 치워 주니까 괜찮을 거 같아서 한번 들어 봤다.
인기가 많은 곳인지 예약을 한참 전에 하고 돈 다 내고 슬슬 다 잊어갈 때쯤 수업일이 되었다. 위치는 마포구청역에서 멀지 않았다.
우리 외에 두 명의 수강생이 더 있었고 이날의 메뉴는 파운드 케이크와 머핀. 반죽은 하나인데 파운드 케이크 틀에 짜면 파운드 케이크, 머핀 틀에 짜서 구우면 머핀이 되는 기적!
본격적인 수업 전에 선생님이 유래부터 쫙 설명해 주시는데 흥미진진하게 잘 들었다.
빠른 진행을 위해 밀가루나 설탕은 이미 선생님이 계량을 해 두셨고, 생크림만 내가 직접 계량하고 주의해 주신 거 기억하면서 버터 녹이고, 설탕 넣고, 달걀 넣고 밀가루 넣고 생크림 넣고 쉐낏쉐낏. 핸드믹서도 처음 써 봤는데 이거 없었을 땐 베이킹이 정말 노동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핸드믹서로 두다다다 하고 반죽 섞는 거랑 주걱으로 치대는 게 은근 재밌어서 좋았다. 나도 모르게 집중해서 아주 신나게 반죽을 뚜둘뚜둘하고 있었다.
이 클래스에서는 각자 파운드 케이크 두 개만큼을 만들어 가는데, 취향에 따라 맛도 고를 수 있고 원하면 파운드 케이크가 아니라 머핀으로 구워갈 수도 있다. 아까 만든 반죽을 덜어서 그 안에 호두를 넣으면 호두 맛이 되고 녹차 가루를 넣으면 녹차 맛이 되는 기적!
맛도 한 사람당 두 개를 고를 수 있으니까 네 개를 고르면 다 굽고 섞어서 네 가지 맛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아주 실용적인 수업이었다.
우리는 초코, 녹차, 호두, 플레인으로 정했다.
호두랑 플레인은 파운드 케이크로 굽고 초코랑 녹차 반죽은 짤 주머니에 넣어서 머핀 틀에 쭉쭉. 머핀 틀에 예쁘게 짜는 게 굉장히 어려웠다. 어떻게 짜도 이것은...이것은...........이렇게 짜 놓고 나니 모양은 포기해야겠구나 싶었다.
선생님이 오븐에 반죽들을 넣고 오븐이 반죽을 잘 익히는 동안 우리는 선생님이 내려 주신 커피를 홀짝이며 놀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공방에 퍼지더니 완성!
내가 그렇게 엉망으로 머핀 틀에 짰는데도 이쁘게 솟아오른 것을 보니 감동적이다.
따끈할 때 먹는 머핀은 정말 맛있었다. 내가 만들어서 더 맛있나..?
이 재미에 베이킹을 하는 걸까?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집에 갈 때 빵을 한 아름 들고 가는 게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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