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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먹은 거

목동 현대백화점 편장군 족발집

by 고독한집사 2022.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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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을 백화점에서 사 먹을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해 보지 않았는데, 그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다들 맛있다고 추천해 줘서 큰 마음 먹고 사 본 건데 진짜 맛있어서 큰일이다. 이러다 우리 집 엥겔 지수는 천장을 부수고 나를 거지로 만들고 말 것이다. 

바삐 퇴근해서 현대백화점 식품관으로 날 듯이 움직였는데도, 금요일이라 그런 건지 원래 줄을 서는 건지 어쨌건 사람들이 족발을 사겠다고 줄을 섰다.

내 상식 속에서 족발이란 늘 총총 예쁘게 썰려 팩에 남긴 채 팔리는 음식인데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모습이 일단 충격이었다. 게다가 족발이란 게 은근 못 먹는 사람이 많던데? 어쨌건 흔들리는 동공을 애써 붙들며 줄을 섰다. 

줄을 서서 또 슬쩍 가격을 보니 가격도 만만치가 않았다. 족발이란 음식이 언제부터 서민의 야식에서 벗어난 건지. 

중이 3만8천원이고 대자는 4만 3천원이다. 대자만 앞다리 살이 섞고 나머지 크기는 뒷다리 살만 있다. 보통 족발은 앞다리가 더 쫀득하고 맛있다고 해서 대자를 사고 싶었지만, 고민 끝에 중자를 주문하고 막국수(10000원)를 주문했다. 막국수는 조리해서 주지 않기 때문에, 집에 가서 내가 면을 삶아서 직접 비벼야 한다. 귀찮아서 안 살까 했지만 막국수 꼭 사라고 신신당부를 들어서 샀다.

사람이 많아서 겨우 건져 온 막국수 조리법 사진

바로바로 썰어서 팔고 있어서 조금 걸린다길래 식품관 한 바퀴 돌고 왔더니 내 족발이 완성되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묵직한 족발의 무게를 느끼며 날 듯이 집으로 향했다.

오자마자 주섬주섬 구성물 꺼내서 구경.

제일 중요한 족발. 크고 묵직하고 아름답다. 난 따뜻한 족발 싫어하는데 찬 족발이라 좋았다. 따뜻한 족발은 너무 미끄덩 흐물거려서 식감이 영 내 취향이 아니다. 

이게 내가 조리해야 할 막국수. 와, 내가 진짜 게으른 사람이라 라면 물도 제대로 안 맞춰서 보다 못한 동생이 계량컵을 사 줄 정도인데,(그래도 안 씀) 비조리 막국수를 사다니 정말 대단하다.

막국수 하나에 딸린 소스가 몇 개인지~ 육수에 양념장에 고추양념 소스까지

쌈채소랑 쌈장과 고추, 마늘, 제일 중요한 새우젓. 나는 족발에는 무조건 새우젓이라고 생각한다. 암, 새우젓이지.

물을 끓여서 막국수를 휘릭휘릭 삶아서 착착 비비는데...

아차, 육수가 얼음일 줄이야. 이건 예상 못했는데... 

덩그러니 놓인 얼음 육수와 나의 어색한 만남
우측 상단에 저 덩어리, 육수...하지만 맛있다

너무 땡땡 얼어서 그냥 이 상태로 먹었다. 그래도 맛있었음. 시원하고 적당히 매콤새콤달콤한 맛이 아주 족발이랑 환상의 하모니였다. 

족발 녀석도 진짜 훌륭했다. 탱글하고 살고기도 맛있고 특히 잡내가 전혀 없다. 보통 족발에서는 고기 냄새가 좀 나던가 아니면 한약재 냄새 같은 게 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살도 너무 부드럽고 쫀득해서 한 입 먹자마자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줄 서가며 돈 많이 주고 먹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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