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양이는 덩치가 크다. 노르웨이숲 품종의 혼혈로 추정되는 고양이라서 그런가 정말 큼직하다.
그리고 차곡차곡 살이 쪄서 지금은 누가 봐도 헤비급 빅냥이다.
사진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냥 귀엽다고 하지만, 우리 집에 놀러와서 실물로 본 사람들은 다 개인 줄 안다.
예전에 6.8킬로그램이었을 때 다이어트를 해서 6.2킬로그램까지 내렸는데, 그 뒤로 요요를 맞고 지금은 7.8~8킬로그램을 왔다 갔다 하는 고양이가 되었다. 둔둔하고 아름다운 내 고양이가 건강만 하다면 나는 우리 고양이가 몇 킬로그램이건 상관없다.
원래 먹던 사료가 수입이 끊겨서 사료를 갈아타는 중인데 그 와중에 바꾸던 사료 중 하나가 안 맞는지 알러지가 도지는 바람에 오버그루밍이 심각해졌다.
(현재 파악하기로는 상추는 조단백 30% 이상의 사료를 먹으면 설사를 하고, 닭, 토끼, 칠면조, 오리를 먹으면 긁거나 오버그루밍이 발생한다. 아주 까탈스럽다.)
사료가 수입이 안 되는 건 도리가 없어서 어떻게든 그나마 먹일 만한 사료를 찾는 여정 중인데, 오버그루밍이 심해져서 환묘복을 입혀야만 한다.
그런데 예전에 입던 환묘복을 입히려니 다리를 꿰어서 입히는 형태라 입고 벗기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래서 보따리 싸듯이 위에서 잠그는 형태의 환묘복을 새로 구하기로 했다.
나름 찾고 찾아서 그래도 좀 큰 사이즈까지 나오는 환묘복을 사서 입혔는데...
입힐 때부터 망했다는 직감이 왔다.
왜냐하면 그냥 입힐 수가 없어서 고양이를 환묘복 안에 넣고 좀 흔들어서 꾸겨 넣어야 한다.
사람 코르셋이나 보정속옷 입히듯이 말이다.
그리고 입히고 나면 이렇게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하게 딱 맞는다.
보는 나는 너무 불편한데 입은 고양이는 의외로 또 편안해한다.
음, 그래도 좀 지나면 겨드랑이나 사타구니가 조일 거 같아서 탈락!
이건 상추보다 좀 작은 고양이를 키우는 분께 양도하기로 했다.
하, 그런데 의외로 상추만 한 크기의 고양이가 입을 만한 환묘복이 없다. 뒤적뒤적하다가 하나 찾았는데 너무 싸서 또 의심스러워하다가 구매했다.
이건 그래도 저번 것보다는 좀 더 여유가 있다.
이렇게 옆구리에 주름도 생기고, 보기에도 좀 더 숨을 쉴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데 왜 날개뼈 사이에 구멍을 뚫었을까?
고양이가 저 틈새로 나오는 털을 그루밍하려고 자꾸 빙빙 도는...아주 기묘한 현상을 보게 된다.
어쨌건 겨우 맞는 걸 찾아서 다행이긴 한데, 지금은 또 오버그루밍 부위가 배에서 다리로 넘어가서 넥카라를 쓰고 계시다.
이것도 참 신기한 게 내가 있을 때는 얌전히 넥카라 쓰고 잘 있다가 내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여지없이 넥카라가 팽개쳐져 있다.
충분히 벗어 버릴 수 있는데 내가 있을 때는 도로 씌울 테니 좀 참다가 내가 나가면 훌렁 벗어버리는 거 같다.
(상추가 중성화를 좀 일찍해서 몸에 비해 머리가 작은 웃자란 스타일이라서 보기보다 머리통이 작다. 갈기털 치우면 머리 진짜 조막만 해서 내가 맨날 놀림. 고양이계의 못난이라고. 고양이들은 머리통이 클수록 미남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제발 사료 수입 좀 빨리 재개되면 좋겠다...
마무리는 숨막히는 귀여운 뒷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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