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 끓이는 오빠와 핏자 굽는 언니

요즘 냉장고 파먹기를 한다고 계속 회사에서 냉동실에서 묵었던 음식으로 점심을 먹었더니 삶이 너무 피폐해졌다. 별로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억지로 먹는 괴로움은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모처럼 나가 먹었다. 국물 있고 얼큰한 게 먹고 싶어서 부대찌개를 먹으러 갔다. 

이 근처에는 부대찌개 집이 몇 군데 있지만, 잘되는 곳을 꼽으라면 여기인 것 같다. 부대찌개 끓이는 오빠와 핏자 굽는 언니

약간 호불호가 갈리긴 하는데 나는 대체로 좋아한다. 

오랜만에 갔더니 새로운 메뉴가 추가되었다. 여기는 메뉴 개발에 부지런하다.

돈가스를 어디서 납품받아서 튀겨서 판다고 주인분이 알려주셨다. 아주 맛있다는 자신감 있는 추천도. 그 말을 듣고 다른 테이블을 살펴보니 부대찌개에 사이드로 돈가스를 먹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괜찮은 조합인 거 같아서 고구마 치즈 돈가스와 오빠 부대찌개 2인분을 시켰다.

먼저 부대찌개가 나왔다. 끓이기 전의 모습이다. 햄, 두부, 치즈, 버섯 등 부대찌개의 필수요소는 전부 들어있다.

라면사리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 부대찌개. 

잠시 뒤 돈까스가 나왔다. 

이건 돈까스 메뉴판에 붙어 있던 서비스 비빔면이다. 비빔면이라기보다는 쫄면이다. 

부대찌개는 어느 곳에서건 먹을 수 있는 부대찌개 맛이다.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육수가 좀 밍밍하다고 하시는데, 나는 오히려 너무 짜지 않아서 좋아하는 편이다.

돈가스는 고구마 무스가 조금 더 많이 들었다면 더 맛이 좋았을 것 같다. 지금도 맛있긴 한데 내가 고구마 무스를 좋아해서 하는 얘기다. 바삭하고 안에 치즈도 듬뿍 들어서 부대찌개랑 같이 먹기 딱 좋다.

비빔면은 쫄면 면발이 아주 탱글하다. 분식집에서 먹을 수 있는 그런 쫄면 맛이 나는데, 돈가스랑 먹으면 입가심도 할 수 있어서 합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