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먹은 거

잠봉뵈르 샌드위치, 망원 소금집 델리

by 고독한집사 2021. 6. 22.
728x90

한국인은 정말 부지런하다. 여행을 가서도 부지런하고, 주말에도 부지런하다. 종종 자기는 게으르다며 주말에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들 무언갈 열심히 했다!

정말 누워서 숨만 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도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아주 절절히 느낄 때가 있는데, 이번처럼 맛집 가겠다고 주말에 아침 일찍 일어나 개점 시간 전에 줄을 설 때이다. 

이번에 간 곳은 망원 '소금집 델리'다. 망원동 참 오랜만인데, 여기는 나도 몇 번이나 이름을 들어본 곳이다. 잠봉뵈르도 많이 들어봤는데, 난 처음에 듣고 되게 남아프리카 공화국 느낌 난다고 생각했다. 아마 아프리카에서 많이 쓰이는 스와힐리어에 잠보라는 인사말 때문이 있어서 그런 거 같다.

잠봉뵈르는 아프리카랑은 상관이 없는 음식이다! 잠봉이라는 햄을 바게트 사이에 버터(뵈르)와 함께 끼워 먹기 때문에 잠봉뵈르 샌드위치라고 한다.

망원역에서 친구들과 만나 목표인 소금집에 도착했을 때가 10시 50분이었다. 개점까지는 10분이 남은 상황!

가게 외관

그러나 이미 가게 앞에는 줄이 있었다. 이날 날이 꽤 더웠기 때문에 10분이 마치 1시간 같은 기다림이었다. 가게 안에 테이블이 많지 않아서 혹시 우리가 못 들어갈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 딱 우리까지만 입장이었고 우리 뒤로는 대기였다. 후유, 운이 좋았다.

포장은 줄 설 필요 없이 바로 살 수 있는데, 더워서 밖에서 먹기가 좀 그래서 그냥 매장에서 먹기로 했다. 아, 그리고 포장은 사이드가 안 나가고 샌드위치 단품만 주는데 그래서 가격도 더 싸다. 잠봉뵈르 샌드위치를 9천원에 포장할 수 있다!

매장 안 분위기도 주렁주렁 햄이 걸려 있어서 그런지 괜히 더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뭔지 모르겠지만 이국적이야...

샌드위치 메뉴도 은근 많았지만 가장 유명한 잠봉뵈르 샌드위치로 대동단결! 빵만 먹으면 목이 막히니까 탄산수를 주문했다. 친구는 진저에일을 주문!

얼음컵과 함께 갖다줬다. 컵 안에 말린 레몬이 들었다.

수프도 하나 시켰다. 이 수프, 참 맛있었다. 짭짤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일품!! 

잠봉뵈르를 시키면 사이드를 고를 수 있는데 사이드는 쿠스쿠스와 감자 튀김이 있다. 한 명은 쿠스쿠스를 시키고 나머진 감자 튀김으로 주문. 감자 튀김도 스틱형이 아니라 이렇게 신기하게 툭툭 썬 감자를 튀겼다.

저 소스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감자 튀김이 겉이 정말 바삭한데 속은 또 촉촉해서 먹으면서 계속 "뭔데 맛있어? 뭐야 이거? 짠 듯한데 맛있어, 뭐지 이거?" 계속 이러면서 주워 먹었다. 

토막난 감자 보이십니까?!

잠봉뵈르 샌드위치는 생각보다 컸다. 그리고 정말 잠봉과 버터만 들어서 풀은 흔적도 없다! 너무 건강하지 않은 모양새에 약간 충격받았지만 한 입 먹자마자 맛있어서 놀랐다.

초록색이 없어?! 잠봉이 넘쳐!!!

햄은 짭짤한데 부드럽고, 버터랑 너무너무 잘 어울렸다!!!!! 빵도 엄청 바삭하고 고소한 맛있는 빵! 겉이 굉장히 바삭해서 다 먹은 뒤에 입천장이 약간 까슬까슬했지만, 먹을 때는 눈치 못 챌 만큼 맛있었다. 사람들이 괜히 줄 서고 그러는 게 아니었다. 

안에서 맛나게 먹는 동안에 포장 손님도 끊임없이 오고, 대기 손님도 계속 생겼다. 대기는 가게 앞에서 줄 설 필요 없이 때 되면 카톡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인 거 같았다.

이날의 상차림. 위쪽에 노란 날치알 같은 게 쿠스쿠스.

아 신기한 사이드인 쿠스쿠스는 얼핏 보면 날치알 같은데, 찾아보니 의외로 밀가루였다. 밀가루를 손으로 비벼서 좁쌀처럼 만든 걸 비벼서 먹는다. 북아프리카 전통 요리라고 하는데 이게 참 맛이 오묘하다! 맛이 없는 건 아니고 단지 먹어 보지 않은 맛. 그러나 잠봉뵈르와는 합이 좋다. 약간 느끼할 만한 때 먹으면 좋아지고, 배부른 그런 메뉴는 아니라서 부담도 없다. 한번은 먹어 보는 게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튼 소문난 맛집에서 맛있게 먹어서 너무 행복했다. 난 대식가라 내 몫의 잠봉뵈르를 그 자리에서 다 먹었지만, 양이 작은 분들은 반만 먹고 반은 포장해도 된다. 포장 부탁드리니까 친절하게 해 주셨으니까. 좋은 식사였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