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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156

물 한 방울도 우아하게 고양이들은 태생부터 유연하고 고상하게 태어난 애들이다. 그래서 그냥 얌전하게 앉아만 있어도 뒤통수에서 어깨, 어깨에서 꼬리까지 이어지는 선이 참 유려하다. 곱게 앞발을 앞으로 모아 꼬리로 발도리까지 싹 해 주면 세상에서 제일 우아하고 새침한 고양이 완성! 이렇게 우아한 고양이는 물을 마실 때조차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조심스레 물그릇 앞에 자리를 잡고 주변을 한번 의식해 준다. 우리 고양이는 방구석 셀럽이지만 관심은 고양이를 기쁘게 하니까. 관객이 있는 걸 확인한 다음 앞발을 샥 들어 올린다. 머리를 숙여 그릇에 입을 대고 마실 수도 있건만 상반신은 꼿꼿하게 동산 위에 소나무처럼 세운다. 45도 각도로 앞발을 내려서 수면 위에 살짝 닿도록! 결코 푹 담가서는 안 된다. 앞발 샤브샤브는 가볍게, 깃털처럼 .. 2022. 11. 25.
2XL 사이즈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의 환묘복 찾기 우리 고양이는 덩치가 크다. 노르웨이숲 품종의 혼혈로 추정되는 고양이라서 그런가 정말 큼직하다. 그리고 차곡차곡 살이 쪄서 지금은 누가 봐도 헤비급 빅냥이다. 사진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냥 귀엽다고 하지만, 우리 집에 놀러와서 실물로 본 사람들은 다 개인 줄 안다. 예전에 6.8킬로그램이었을 때 다이어트를 해서 6.2킬로그램까지 내렸는데, 그 뒤로 요요를 맞고 지금은 7.8~8킬로그램을 왔다 갔다 하는 고양이가 되었다. 둔둔하고 아름다운 내 고양이가 건강만 하다면 나는 우리 고양이가 몇 킬로그램이건 상관없다. 원래 먹던 사료가 수입이 끊겨서 사료를 갈아타는 중인데 그 와중에 바꾸던 사료 중 하나가 안 맞는지 알러지가 도지는 바람에 오버그루밍이 심각해졌다. (현재 파악하기로는 상추는 조단백 30% 이상의 사.. 2022. 11. 18.
졸린 고양이를 불러 보았다 고양이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 저렇게까지 잔다고 싶을 만큼! 하루 평균 15~18시간을 잠에 할애한다고 하니까 밥 먹고 똥 싸고 노는 시간 빼면 정말 잠으로 꽉꽉 채운 시간표다. 주말에 고양이를 관찰해 보면 내가 잠에서 깨면 잠깐 쫓아다니고 그러다 어느 순간 또 사라져서 자고 있다. 그러다 또 슬쩍 나타나서 돌아다니다가 볼일 보고 나면 또 자러 가고. 좀 많이 놀아 준 날에는 근처에 얼씬도 안 하고 일주일 내내 야근한 직장인 같은 얼굴로 잔다. 시간대 별로 선호하는 잠자리도 있어서 낮에는 옷장 위에 올려 둔 케이지 안에서 잘 때가 많고, 밤에는 내 머리맡에 있는 잠자리나 내 베개 옆에서 잔다. 그 외 시간대에는 스크래쳐 위나 주방 바닥, 내 방 의자 위에서 잠을 청한다. 그런데 이날은 평소.. 2022. 11. 11.
내 고양이의 앞발을 찾아서 우리 고양이는 식빵 자세를 무척 잘한다. 내가 팔불출이라 잘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정말 객관적으로 봐도 완벽한 식빵을 굽는다. 일단 이 녀석이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덩치가 크니까 좀 더 잘 부푼 식빵 모양이 나오고 털이 길기 때문에 더 예쁨. (아 나 팔불출 맞나?) 늘 그렇듯이 멋지게 식빵을 굽고 있는 고양이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다른 고양이들은 식빵을 구우면 앞발이 보이는데 얘는 왜 없지? 식빵을 구울 때 팔짱 낀 듯한 귀여운 앞발이 보여야 하는데 말이다! 남의 집 고양이들은 보통 이렇게 앞발이 찔끔 보이는데! 그런 이유로 몸수색 시작. 주섬주섬 털을 더듬거려 보니 아하, 턱받이 털이 너무 풍성하고 길어서 앞발이 완전히 가려진 거였다. 나는 또 얘가 자기 혼자 이.. 2022. 11. 4.